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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각모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멀티버스의 또 다른 우리가 뭘하든...지금 우리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조각모음 009, 9일차 9%)

by gwon_dohyun 2022. 10. 18.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이블린 왕은 인생의 기로마다 자기자신에게 별로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들을 했다. 못미더운 남자친구를 따라나서 결혼까지 하면서 미국에 왔지만 낯선 타지생활은 힘들고 어렵기만 했다. 딸 아이 조이를 낳고, 세탁소를 끊임없이 운영하며 시간은 속절없이 그렇게 흘러버렸다.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 앞에서 우연한 기회에 다른 우주의 멋진 자기 인생을 맛본다. 지금이 아닌 어딘가의 나를 찾아 해멘다. 이는 어쩌면 현대인들이 꿈꾸는 판타지인지도 모른다. 현실에 찌든 이 생활보다 멋진 삶이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들 말이다.
돌이켜보면 각자의 인생에는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고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젊을 때는 선택의 순간이 와도 잘 알아채지 못했다. 가령 최저시급도 수습기간이라고 깎아서 주는 박봉의 회사에 들어갈 건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공부를 계속해야만 하는지 누군가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아니면 취직도, 공부도 생각없이 그저 백수로 살며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영화는 지나간 세월 속에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고, 최악을 선택했었더라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만약 다른 우주 속 멋진 삶을 사는 자신이 될 수 있다고 하면, 지금의 나를 완전히 없애버릴 만큼 포기하는 게 나을까? 아니, 나는 내 선택을 모두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이렇게 삶이 불행하고 서로를 괴롭히더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나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인공 이블린 왕은 말한다. 그렇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각자의 삶을 돌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건네준다. 판타지보다 소중한 현실 속의 유대가 더 중요하다고, 영화의 감동은 이렇게 차원을 넘어 화면 밖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고 있다.